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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WRITING/YES24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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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저/이우일 그림 창비 | 2004년 03월김영하 식의 위트를 사랑하는 이라면 단연 읽어봐야 할 책 0순위. 이 책에 실린 모든 단편이 다 낄낄거리며 볼 만한 내용들은 아니지만, 나는 표제작 를 읽고 데굴데굴 구른 후부터, 한동안 '타이어'만 봐도 실실거리곤 했었다. (이유는 읽어보면 알게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빠가 돌아온 어느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져가고 점점 해체되어 가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이렇게 유쾌하게(좀 더 솔직한 표현으로는 골 때리게) 그려낸 소설이 또 있을까. YES24 도서팀 블로그 - '테마책방' 원문 : http://blog.yes24.com/document/896182
쿨하게 한걸음서유미 저 창비 | 2008년 03월 스물 일곱, 서른 셋 그녀에게 공감하다 | --- 정현경 (pencil@yes24.com)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한 기사를 하나 먼저 읽었드랬다. 대학시절부터 신방과라는 전공 탓인지 매일 빼놓지 않고 읽었던 신문을 취직한 지 한달만에 끊고 이제는 거의 신문과 담 쌓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꼭 챙겨보는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의 문학터치' 기사였다. 기사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제목과 달리 '쿨하지' 않다." 라고. 그래서 나는 『쿨하게 한 걸음』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어떤 'so cooooool~'에 대한 기대를 깨끗이 접어 버리고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
침대와 책정혜윤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한 지도 어느 새 7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자취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 기숙사나 하숙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내 방다운 내 방을 가질 수 있지만 결코 완벽한 내 방일 수는 없는, 불안정하면서도 편안하고, 불안하면서도 자유로운 생활.ㅡ지금 살고 있는 곳이 벌써 다섯 번째 방이니, 한 방에서 평균적으로 1년 반도 살지 못했다는 소리다. 아아, 나는 그 많은 이사를 어떻게 해냈던 것일까(!). 휴학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과외 아르바이트 한번 하지 않고 대신 장학금을 타겠다고 큰소리치며 보낸 대학 시절의 자취생활은, 그리하여 언제나 부모님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된다. 전세와 월세를 넘나든 나의 자취방들의 크기는 턱도 없이 작았던 적도..
落下する夕方에쿠니 가오리 저 角川書店 | 1999년 06월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의 원서. 일본 교환학생에 합격한 후,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있던 철없던(?) 시절에 샀던 책으로 기억한다. 내가 산 최초의 일서이기도 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번역서를 보아도 느껴지겠지만 많이 어려운 단어나 표현이 없는 편이라 다른 책들에 비해 원서로 읽어도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한자어를 고생고생해서 찾고 보면 사람 이름이었다든지 하는 시행착오와 일서 특유의 '세로 쓰기'의 압박 속에, 이 책을 다 읽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 읽었을 때는 그만큼 뿌듯하기도 했다. 지금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고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좋아하는 이라면 도전(?)..
서울 동굴 가이드김미월 저 문학과지성사 | 2007년 05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울 동굴 가이드 라니, 어떤 은유가 들어가 있는 걸까, 서울이라는 동굴처럼 어둡고 습습한 도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설일까, 지레 여러 가지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에는 정말 말 그대로 '서울 동굴 가이드'가 등장합니다. 정확히는 '서울 동굴'의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이지요. 표제작인 『서울 동굴 가이드』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각자 가슴 속 깊은 곳에 자기만의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그 상처들은 익숙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또한 구체적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 상처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출합니다. 가상 세계의 롤 플레이 게임을 통해 현실의 자신이 할 수 없었던 모든 ..
침이 고인다김애란 저 문학과지성사 | 2007년 09월 침이 고이듯 서서히 마음 속 한구석에 고이는 글 | --- 정현경 (pencil@yes24.com) '김애란' 하면 늘 따라붙는 수식어에는 '1980년대 소설가의 대표주자', '무서운 아이' 등이 있다. 1980년생이라는 그녀의 나이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나 역시 『달려라 아비』로 처음 김애란의 글을 접했을 때 그녀의 출생년도를 알고 묘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톡톡 튀는 글을 쏟아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는 신세대 작가라 해도 70년대생이 대부분이었는데, 김애란은 나와 같은 80년대생이었다.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와타야 리사..
감기윤성희 저 창비 | 2007년 06월윤성희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낯설다? 그래. 낯설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띄어쓰기가 없다든가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다든가 하는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문장의 해체나 기발한 상상력, 특이한 소재, 뭐 그런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윤성희의 글쓰기 방식에, 윤성희 식 유머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윤성희의 소설은 암호 같다. 문장은 쉼 없이 달려가고, 그 문장을 따라 함께 정신 없이 달리다 보면 이야기는 금세 끝나버리고 머리는 멍해진다. 머리와 가슴이 그녀의 글을 채 다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달리기를 멈추고 결말이 났지만, 그 이야기를 읽고 있던 머리와 가슴은 아직도 혼자 달려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
미니테마의 첫 장을 여는 부담감을 안고서, 그러나 과감하게(?)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휘둘러, 제가 낄낄거리면서 봤던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저/홍은택 역 동아일보사 | 2008년 03월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거리의 두 배가 넘는 3,360km 길이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한 경험을 풀어놓은 여행서. 라고 표현하면 뻔한 내용의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대장정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종주를 끝까지 하지 못한다. 책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기로 한 '급결심'부터 시작해 힘들어서 '때려칠' 때까지의 과정이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 넘치는 문체로 펼쳐진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