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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1000엔 도쿄

도쿄를 걷다 1 – 시부야에서 다이칸야마까지

pencilk 2006. 9. 19. 21:00


일본 여행에서 지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비. 일본의 교통비는 철저하게 거리에 대비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가는 거리만큼 교통비가 든다고 보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본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모든 지하철 노선의 요금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노선마다 회사가 달라서, 같은 거리를 가도 어느 선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요금이 몇 백 엔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치요다선(千代田線)은 시모키타자와(下北) 역에서 오모테산도(表) 역까지 네 정거장에 280엔이지만, 도큐토요코선(東急東)은 시부야() 역에서 요코하마() 역까지가 스무 정거장이나 되지만 요금은260엔밖에 안 한다. 거의 6배!!;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돈을 아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교통비 계산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도 케-따이(휴대폰)로 지하철 요금 계산하는 게 생활화 되어 있다.

 

하지만 여행자가 이 복잡한 요금 계산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사실 많이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는 거다.

 

그렇다면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도쿄의 명소는 어디가 있을까?

 

 

주변에 걸어서 둘러볼 만한 곳이 가장 많은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시부야()다.

시부야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으로는 하라주쿠(原宿), 에비스(寿), 다이칸야마(代官山) 등이 있다. 쪼금 많이 무리하면 록본기(六本木)까지도 갈 수는 있다.

 

한 45분;;; 걸으면 된다.(;)

(실제로 킴스는 별로 안 먼 줄 알고(!) 록본기에서 시부야까지 걸어서 가본 적이 있다.)

 

 

사실 시부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미로 같은 길 때문에 처음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그 유명한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야 신기하고 이국적이고 흥미로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그 속에서 걷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사람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일반 횡단보도와 달리 워낙 다양한 방향에서 사람들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이나 바쁠 때 이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다 보면 말 그대로 ‘짜증 지대로’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신호를 기다릴 필요 없이 한 번에 원하는 곳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장점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킴스 역시 신촌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마다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가 그리워지곤 한다.

 

아무튼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시부야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 좀 더 고급스런 동네가 있으니, 그 곳이 바로 에비스와 다이칸야마다. 두 곳 다 시부야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어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참고로 지하철을 타고 가면 시부야에서 에비스까지는 JR 야마노테선(山手線)으로 130엔, 다이칸야마까지는 이노카시라선(井頭線)으로 120엔이 든다.

 

다이칸야마 역

 

작은 역이지만 예쁘게 생겼다. 드라마 <모토카레(元カレ)>를 본 사람이라면 이 역이 낯익을 지도. 드라마에서 토우지(도모토 쯔요시)와 마코토(히로스에 료코)가 사는 동네가 다이칸야마여서 출퇴근 신마다 이 역이 나오곤 했다.



다이칸야마 역 앞 옷 가게

 

에비스와 다이칸야마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옷 가게들과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많아 일본 연예인들도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특히 다이칸야마는 시모키타자와(下北沢)와 함께 요즘 떠오르고 있는 젊음의 거리라고. 시모키타자와 보다는 다이칸야마와 에비스가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런 느낌이다. 이 두 곳은 거리 자체가 깔끔하고 예뻐서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이칸야마의 거리


 

다이칸야마에는 이렇게 작고 예쁜 디자인 숍이 많다. 킴스는 이런 예쁜 디자인의 물건들이나 가게를 구경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다이칸야마에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비싸서 사지는 못하고 가게를 통째로 훔쳐오고 싶다고 생각만 하곤 했다.

 

다이칸야마의 옷 가게

 

가격은 시모키타자와나 시부야, 하라주쿠보다 조금 비싼 편.

에비스와 다이칸야마는 옷 가게도, 카페도, 음식점도 대체적으로 가격이 좀 센 편이다. 그럼1000엔으로 어림도 없지 않냐고? 그래서 내가 서두에 일본의 지하철 요금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시부야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임을 언급하지 않았는가. 에비스와 다이칸야마는 걸어 다니면서 구경만 하고, 식사나 쇼핑은 시부야에서~! 실제로 다이칸야마에는 카페는 좀 있지만 음식점은 별로 없다. 에비스는 음식점은 많이 있지만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한 사람에 2-3000엔 정도 나온다.(;)

 

도쿄를 여행할 때 시부야, 하라주쿠, 신주쿠 등 유명한 곳만 가기보다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다이칸야마와 에비스를 한번쯤 들러 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것보다 아기자기하고 한산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뭐야, 별 거 없잖아.’ 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