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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1000엔 도쿄

사쿠라와 함께 음주가무를?

pencilk 2006. 9. 20. 21:16

 

알다시피 일본의 국화(國花)는 사쿠라, 즉 벚꽃이다.

도쿄에서 사쿠라가 절정인 시기는 4월 중순쯤. 이 때가 되면 벚꽃이 많이 피어 있는 공원이나 거리는 하나미(花見), 즉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도쿄에서 하나미 장소로 유명한 곳은 우에노 공원과 요요기 공원, 특히 우에노 공원(上野公園)은 규모 면에서도 크고 벚나무도 많아, TV에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엠스테(Music Station이라는 음악프로그램을 줄여서 엠스테라 부른다) 같은 음악 프로에서 우에노 공원에 야외 무대를 만들어 벚꽃을 배경으로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든지, 중계차를 연결해 우에노 공원에서 하나미를 즐기는 시민들을 인터뷰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킴스는 TV를 통해서만 보았지만, 우에노 공원의 벚꽃은 과연 사람들이 많이 모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아름다웠다. 단, 사람이 아쭈~ 많을 거라는 것을 각오하고 가야 한다. 하나미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연중 행사 중 하나여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하나미를 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벚꽃 장식을 해놓은 아사쿠사의 모습                                                                                       


 

이 시기에는 어딜 가나 사쿠라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사쿠라 관련 행사를 하고,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인 사쿠라 모찌 등 사쿠라 관련 상품들도 인기를 끈다.

 

문득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못 본지가 얼마나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국화(國花)가 무궁화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과연 살아가는 동안 무궁화를 몇 번이나 볼까? 예전에는 무궁화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어서 더욱 국화로서의 엄숙함과 존엄성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흔한 꽃이 국화인 나라들을 보면, 왜 저렇게 흔한 꽃을 국화로 삼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쿠라를 보면서, 국화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꽃인 것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무궁화를 일본의 벚나무처럼 한국 곳곳에 흔히 볼 수 있도록 많이 심는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뭔가... 이건 아니잖아~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

 

 

각설하고; 아무튼 일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고 설레던 어느 봄날, 킴스도 하나미라는 것을 가보았다. 하나미를 간 곳은 학교에서 가까운 시부야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代木公園).

 

 

사실 일본의 사쿠라라고 해서 한국의 벚꽃과 별로 다를 건 없다. 생김새가 다른 것도 아니고, 바람이 불면 마치 눈처럼 꽃잎이 살랑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모습까지 한국의 벚꽃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일단 일본이 한국보다 벚나무의 수가 많고, 그리고 벚꽃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벚나무들이 대부분 길 가에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벚나무 길을 따라 걸으면서 꽃구경을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벚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본격적으로 논다. 회사에서 단체로 벚꽃놀이를 가서, 벚나무 아래에 노래방 기기까지 가져다 놓고 밤 늦도록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신다. 처음 이 광경을 봤을 때, 킴스는 꽤 충격을 받았다. 벚꽃은 핑계고, 다들 고기 굽고 술 마시느라 정신 없는 것 같아서. 바람이라도 불면 벚꽃 잎이 하늘하늘 낙하하는 그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 속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웬 말이며 노래방 기기가 웬 말이냐. 그 언밸런스함에 어찌나 놀랐던지.

 

말이 나와서 얘긴데, 일본 사람들의 가라오케 사랑과 비-루 사랑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한국의 가라오케처럼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국의 노래방 같은 곳을 말한다. 그럼 ‘비-루’는 뭘까? 맥주다. 어째서 맥주가 비-루가 되냐고? Beer의 발음을 비-루로 하는 거다; 여기서 ‘비’ 다음의 ‘–‘ 가 중요 포인트. ‘비’를 길게 발음하지 않으면 일본 사람들은 맥주가 아닌 빌딩으로 알아듣는다. 빌딩이 ‘비루’거든. 빌딩은 또 왜 ‘비루’가 됐냐고? Building를 다 발음하기 힘드니 딩을 자체 생략하고, 일본어에는 받침이 없으니 남은 ‘빌’을 ‘비루’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아무튼 일본에서 가라오케와 비-루는, 특히 회사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즐겨야 하는 필수 요소랄까. 하지만 노래방 기기를 벚꽃놀이 하는 곳까지 가져온 것을 보고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가라오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라오케를 싫어해도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 레퍼토리 한 곡 정도는 준비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일본인들에게 하나미는 운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벚꽃을 감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축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일본의 대표적 명물인 타코야키, 야키소바나 그 외에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줄이 들어서는데, 그 중에는 한국의 부침개를 파는 곳도 있었다. 부침개는 일본어로 ‘치지미’라고 한다. 아마도 한국어의 ‘지짐이’에서 온 말인듯. 그런데 그 ‘치지미’라는 것이, 속에 들어가는 것도 별로 없이 정말 맛없어 보이게 만들어서는, 심지어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서; 담아주더라. 물론 가격도 어이 없게 비싸고. 지짐이는 젓가락으로 찢어 먹어야 제 맛인데 가위로 잘라 주다니, 궁시렁.. 한국 대학 축제 때 파는 파전도 그거보단 훨씬 낫겠다. 다들 한국 와서 먹어봐야 돼. 궁시렁 궁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