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k

뒷모습만 보면 다들 연예인 본문

WRITING/1000엔 도쿄

뒷모습만 보면 다들 연예인

pencilk 2006. 10. 18. 21:48

퀴즈를 하나 내보자. 일본 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질까?

 

1. 모범생에 꽉 막힌 이미지다.

2. 지적인 이미지다.

3. 독특하고 개성 있다.

4. 촌스럽고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다.

 

정답은 바로 4번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도 이제 안경보다는 렌즈를 더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경 쓴 사람을 외모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때는, 안경을 쓰고 싶어서 시력 검사 때 일부러 안 보이는 척 하고 안경을 쓰다가 진짜로 눈이 나빠진 어린이들도 꽤 있지 않았던가. (킴스의 오라버니가 바로 그런 어린이들 중 하나였다. 2.0을 육박하던 그의 시력은, ‘안경 쓴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시력 검사 때 안 보이는 척 연기를 해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안경을 잘 쓰면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의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어, ‘안경을 벗으면 안 되는’ 사람까지 생겼을 정도다. 안경을 쓰고 있을 때면 더없이 귀여운 우리의 MC 유가 안경을 벗으면 다소 충격적인 쌩얼을 드러내는 것이 그 대표적 예랄까.

 

이렇듯 안경 역시 하나의 액세서리가 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안경은 촌스러움과 센스 없음의 상징이다. 렌즈를 끼지 않고 안경을 쓴 사람은 졸지에 ‘외모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안경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우리의 욘사마다.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낀 안경이 유행했다는 것은, 아니 그 전에 안경 쓴 연예인이 인기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일본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고 한다. 욘사마의 안경에 힘입어 이제 안경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킴스가 도쿄에 있었던 작년 1년 동안 사귄 일본인들 중에 안경을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연예인 중에는 정말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본에서 안경 쓴 사람보다 더 보기 힘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바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그야말로 전혀 염색을 하지 않은 천연의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안경 쓴 사람이야 연예인이 아닌 이상 아주 가끔씩이라도 길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검은 머리의 일본인은 정말 찾기 힘들다.(학생들은 제외하고)

 



위 사진은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아오야마학원대학(靑山學院大學)의 입학식 때 찍은 사진인데, 정말 검은 머리를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또 하나 특이했던 것은, 일본은 대학교 입학식 때 신입생들이 모두 정장을 입는다는 것이다.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당연히 자유롭게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제교육원 선생님께서 입학식 전날 미리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단정한 옷을 입을 것을 당부하시기도 했다. 입학식 날 보니 과연 한 명도 빠짐없이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가끔 면바지에 남방이나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눈에 띄면 그들은 모두 교환학생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왔을 대학 새내기들이, 머리는 있는 대로 갈색으로 염색하고 아직 앳되기만 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고 앉아서 입학식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웃음)



입학식 때 조는 학생들;

이런 헤어 스타일에 정장을 입으니 어찌 어색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 말이다. 특히 남자애들!

 

일본에서는 (더 정확하게는 도쿄에서는) 머리를 스포츠 형으로 짧게 깎은 남자를 보기가 힘들다. 대부분이 위의 사진처럼 뒷머리를 기르고 갈색으로 염색을 한다. 쉽게 설명하면 이준기 머리? 그런 스타일의 머리가 많다. 킴스는 한국과 일본 패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남자들이 얼마나 패션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를 꾸미는가’라고 생각한다. 일본 남자들은 정말 자신을 많이 꾸민다. 그럼 일본에는 우리가 일본 만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꽃미남과 미소년들이 넘쳐날까?

 



위 사진은 오사카에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오사카의 가장 큰 번화가인 난바(なんば)에서 발견한 호스트 클럽의 간판이다. 클럽 메두사라. 정말 클럽에 어울리는 뇌쇄적인 이름이다.(웃음) 그 때 묵었던 숙소가 이런 클럽들이 많은 골목에 있어서 밤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굉장히 험난했다. 밤이 되면 이런 호스트들이 다들 가게 밖에 나와 호객 행위를 하기 때문에;

 

다시 일본 남자들의 패션 얘기로 돌아가서. 일본 남자들 중에 검은 머리를 찾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눈썹을 다듬는다.(!) 귀걸이나 액세서리도 여자들 못지 않게 많이 하고, 옷 입는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좋게 말하면 개성 있게, 나쁘게 말하면 지저분해 보이게 입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남자들은 특히 바지를 많이 내려 입는데(물론 힙합 바지가 아닌데도 내려 입으며 심하면 벨트가 엉덩이 밑에 와있곤 한다;, 때로는 너무 내려 입은 나머지 다리가 엄청 짧아 보이거나 금방이라도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서 안습인 경우가 있다.

 

한마디로 일본 남자들은 다들 연예인처럼 하고 다닌다. 뒤에서 보면 다 동방신기고 SS501이다. 문제는 앞모습.(;)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패션 모두 연예인인데 정작 얼굴은 삼돌이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꽃미남이나 미소년은 TV에서나 볼 수 있듯이, 일본 역시 아쉽게도 일상 생활 속에서 미소년과 조우하기는 힘들었다.

 



아무튼 일본 남자들의 패션은 굉장히 대담(?)하다. 한국 남자들 같으면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에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을 스타일들을 일본 남자들은 과감하게 시도한다. 비록 뒷모습만 보다가 앞모습을 봤을 때 안습이긴 하지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굉장히 좋아 보였다.

 

물론 미소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아주 가끔, 아주 가~끔 킴스도 미소년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인 적이 있었다! 다만 사진을 찍지 못했을 뿐; 지하철 안에서 어떻게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겠느냐고. 그럼 위 사진은 어떻게 찍었느냐고? 저건 아마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창 밖 풍경 찍는 척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 킴스가 미소년을 발견했던 건 바로 코 앞에서였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촬영이 불가능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 폴더를 샅샅이 뒤져서 겨우 건진 건 요 앞 원고 때 올라갔던 사진 정도이므로 할 수 없이 편집으로 한번 더 우려 먹기를 하겠다;

 


이 사진은 그냥 하라주쿠 거리를 찍은 건데 우연히 그 때 앵글 속에 이 남정네가 들어온 것이라 초점이 안 맞아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더 좋은 미소년 사진들을 찍지 못한 점과 본인의 허락 없이 이렇게 사진을 찍어 게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 드립니다. (꾸벅)


 

연예인들처럼 하고 다니는 건 비단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 입고 나왔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이라면 따라 하기 힘들어 보이는 패션도 다들 과감하게 시도한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패션에 별로 차이가 없달까. ‘저런 옷은 연예인들이나 입지 일반 사람들 중에 누가 저런 옷을 입어’ 라는 것이 없다. 작년 여름, 일본 최고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가 란제리 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노란 꽃을 달고 나온 적이 있다. 언제나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는 그녀인 만큼 그 스타일 역시 대유행을 했는데, 한동안 시부야에 가면 란제리 패션에 머리에 꽃 단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단체로 언덕 위의 하얀 집에 데려다 줘야 할 것 같은 본능에 사로잡히곤 했다.(;)

 

 

일본 패션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중, 고등학생들의 초미니 교복 스커트.

치마를 길게 입고 다니는 학생을 거의 못 봐서 일본 교복은 원래부터 다 짧은 건가 했는데, 그렇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고 한다. 오래 되고 명문일수록 치마 길이를 엄격하게 단속한다고.



날씬하든 뚱뚱하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치마를 짧게 입기 때문에, 가끔은 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보는 사람이 민망해질 때도 있다. 특히 짧은 교복치마에 아무리 익숙해져도 결코 적응이 안 되는 장면이 있는데, 지하철에서 의자에 앉았을 때 그 앞에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 여학생이 타는 경우다. 앉아있는 사람의 눈높이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 없이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의 허벅지와 비슷한 위치가 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여학생의 허벅지를 보면서 가야 하는 난감한 시츄에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나 그 앞에 선 여학생이나 그런 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 지하철에서는 의자에 앉은 사람들 중에 조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도 하나의 이유인 듯하다.

 

 

올해 초 1년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킴스는 한국 여성들의 패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 도쿄에 도착해서 왜 일본의 젊은 여자들은 다들 치마 밑에 쫄바지를 입고 다니나 생각했던 것이 2005년 봄의 일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레깅스가 한국에서도 유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 패션이 한국 패션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 성유리가 입고 나왔던 레이어드 스타일과 레깅스 패션이 바로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레깅스 패션은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킴스는 일본에 있는 내내 일본 젊은이들의 레깅스 패션을 봤지만 별로 예쁘다고 느끼지 못했다. 일본 레이어드 스타일이 좀 후줄근한 느낌의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스타일이 많아서, 잘못 입으면 지저분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니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일본의 레깅스 패션과 레이어드 패션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좀 더 깔끔하게 변형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가끔은 너무 일본식 그대로 입어서 좀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 스타일에 맞게 잘 입는 것 같다.

 

일본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물론 처음에는 얼굴과 너무 안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절대 소화 안 되는 옷을 입고 다니는 일본인들을 보고 경악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패션은 자기 표현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어울리냐 안 어울리느냐를 떠나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