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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드라마

드라마ㅣ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pencilk 2012. 11. 16. 13:53

착한 남자는 결코 잘 만들어진 드라마도 아니었고 대본이 좋지도 않았다. 연기력도, 글쎄 잘 모르겠다. 그저 송중기만이 연기력, 외모 모두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드라마를 '괜찮은 드라마'로 인정하기엔 역부족이다. 제목마저 착한 남자(심지어 처음에는 '차칸 남자'였다), 말 그대로 강마루라는 주인공 자체를 가리키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강마루라는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드라마였다. 강마루가 정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자 매력적인 캐릭터여야 했다. 그런데 솔직히, 강마루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무슨 생각인 건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혹은 왜 저렇게밖에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기에 이 드라마는 절반은 실패했다. 공감을 못하는 건 당연하고, 강마루에 대한 동정은 일었어도 강마루 때문에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는 과연 이 드라마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드라마를 은근히 챙겨보게 되긴 했다. 뻔하고 유치한 설정이지만 서은기가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찾아가는 지루한 과정의 끝에서 마침내 복수를 시작하는 그 때, 정확히는 그 시점부터 관심이 갔다. 그게 종영을 3회 앞둔 시점에서야 가능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중반부가 지루했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서은기의 기억상실의 기간이 어쩌면 작가에겐 제일 중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단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본 적 없는 강마루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조금만 더 그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욕심을 내게 된 시간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내게 이 드라마는 오래 기억되지도, 두고두고 다시 돌려보지도 않을, 그저 그런 스쳐가는 드라마일 뿐이다. 다만, 죽을 병, 큰 수술, 사실은 서은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서은기에게 복수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마지막 두 회 동안의 강마루가 짠해서, ㅡ아, 심지어는 마지막에 칼까지 맞았지. 이건 좀 너무 갔다 싶더라. 진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ㅡ 드라마가 끝난 지금 김준수의 '사랑은 눈꽃처럼'과 송중기의 '정말'을 들으며 강마루를 마지막으로 떠올려보고 있다. 그 정도는 남긴 드라마였달까. 솔직히 강마루보다는, 송중기가 남았다. 그 역시도 늑대소년의 '철수'의 영향이 컸고. 실제로 늑대소년을 보고 와서 강마루를 보니, 이상하게 더 마음이 짠하더라. 아니지, 더 정확히는 늑대소년을 보고 와서 송중기를 보니 마음이 짠했던 거다. 강마루가 강철수쯤으로 보였달까.


갑자기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긴 글을 쓰고 있는가 하니, 딱히 이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챙겨본 것도 아니면서 오늘 오전 내내 착한 남자 OST를 듣고 있는 내가 좀 신기해서다. 그래도 이 드라마의 BGM으로 흐르던 경음악들은 드라마 초반부터 좋다고 생각해서 몇번 듣기도 했으니까. 뭐 아무튼, 한동안은 좀 듣게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준수 참 애절하게 노래 잘한다. 사실 드라마 초중반에는 준수의 심하게 애절한 목소리나 '사랑을 죽을 만큼 한 적 있나요'라는 가사의 감정이 너무 과잉으로 느껴져서 드라마와 어울리지도 않고 오버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드라마가 나름대로의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종영까지 되고 나니 그나마 이 감정으로 넘쳐나는 노래들이 조금 수긍이 가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보고싶다 ost의 '떨어진다 눈물이'가 노래 자체로 보나 드라마로 보나 더 낫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