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day
- Total
목록전체 글 (1403)
pencilk
2014. 11. 12. 지나갔다고 생각한 일이 자꾸만 떠오를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마다 괴로운데도, 그 여자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그 기억을 떠올린다. 어쩌면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그 일이 그 여자에게는 작은 트라우마로 남은 건지도 모른다. 한강을 볼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일이 각기 다른 크기의 상처로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남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상처인지도 모른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어떤 상처는 자연 치유될 것이고 어떤 상처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곪아버릴지도 모른다. 가슴 속에 남는 상처의 크기는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다.
2014. 10. 29. 여러분.. 우리는 음악도시의 시민들입니다. 매일밤 열두시에 이 도시에 모이는 우리들은 사실 외형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습니다. 직업.. 뭐, 거주지역.. 성별.. 주위환경.. 이런 게 다 달라요.. 그냥.. 우리 공통점은 단 하나.. 우리가.. 글쎄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직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남들이 우리를 푼수라고 부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 거죠.. 저는..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어서, 그 사춘기적인 우쭐함.. (지금 생각했을 땐 그런데요..) 그런 걸로 철학과를 건방지게 진학을 했었고.. 근데 학문에는 재주도 없었고.. 가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고.. 해서..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그 대답을 포기하고 그냥 잊고 사..
2014. 6. 21. 갑동이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믿은 너 자신을 탓하지 말기." 내 인생에서 가장 방황했던 시기인 스무살 무렵 상처를 넘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된 한 문장은 "난 그냥 누군가를 믿었을 뿐이다."였다. 스무살 때의 나는, 이 해답을 누군가가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국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내 스스로 답을 찾았다. 만약 그 때 누군가가 나에게 그 말을 해주었다면 내 모든 경계심과 마음 속 벽은 무너졌을 거고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다 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해준 이는 없었고, 나는 그 시간들을 오롯이 혼자서 지나오면서 인생사 혼자 가는 거지, 나도 나를 모르는데 이런 나를 진짜 이해해줄 사람이 있긴 한 건가, 의..
전쟁같은 한 주 끝에 보상심리로 지른 (이미 몇 주 전에 '스트레스 받을 때 결제하겠다'며 찜해놓았던) MUJI 블루투스 스피커로 밀회 클래식 OST를 듣고 있다. 맨날 아이폰으로 음악 듣다가 스피커로 피아노 선율 들으니 좋네. 이러고 침대에 누워서 스페인 여행 책 보고 있으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금요일 아침 scrum 회의를 하는 순간부터 열 받기 시작해서 오후에 정점을 찍고, 거의 야근할 뻔하다 야근을 하게 되면 같이 저녁 먹고 말 섞어야 할 사람들 꼴 보기가 싫어서 다들 저녁 먹으러 간 사이에 퇴근해 버렸다. 그러고 주말 내내 체해서 개고생.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토요일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머리 아프기 시작해서 그날 먹은 거 다 토하고, 저녁 약속에 거의 기어나가다시피 한 후 바깥 바람 좀 쐬니 나아졌다 했지만 오늘 아침에 괜찮아진 줄 알고 먹은 것 또 다 토했다. 더 이상 집에 약이 없어서 오후에 귀신같은 몰골로 약 사러 기어나갔는데, 약국에 가서 증상 얘기하니 약사 아줌마며 약국에 놀러와 있던 이름 모를 아줌마며 내 얼굴이 말이 아니라고 난리였다. ..
여행할 권리 국내도서 저자 : 김연수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05.13 상세보기 1.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친해진 나는 그에게 명함을 주면서 내가 사는 곳은 한국어로는 일산(一山)이니 일본어로는 '이찌야마'인데, 그걸 독일어로 바꾸면 '아인베르크'가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길가다가 만난 일본인에게 어찌 그런 너스레를 떨 수 있었겠느냐마는 그게 다 외로움 때문이었다. 외로움은 맷돼지처럼 힘이 세다. 꼼짝 못한다. 2. 후사꼬 할머니는 버클리는 참으로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날씨도 좋고, 자유롭고, 여유로운 곳. 내게 버클리에 살면서 글을 쓰라고 권유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주 긍정하는 말은 아니고 적당히 맞장구치는 말을 했더니 후사꼬 할머니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