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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밀란 쿤데라의 도시, 프라하에 도착하다. 바츨라프 광장의 시작점인 국립박물관.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체코 근대 건축의 상징물이라고 한다. 뭐 이런 건 다 여행책자에 적혀있었던 설명이고, 들어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웃음) 프라하 하면 항상 나오는 사진이 아마도 이 사진일듯. 그만큼 프라하의 상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무튼 맨날 책에서만 보던 사진, 똑같이 나도 한 번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 진짜 프라하에 왔어, 라고 실감하던 순간. '프라하의 봄'의 무대가 되었던 바츨라프 광장. 사실 광장이라기보다는 길이 800m의 프라하에서 가장 넓은 대로로, 국립박물관에서부터 시작한다. 길 가에는 온갖 음식점과 가게들이 즐비한다. 체코는 앞에 내가 갔던 영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은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의 미는 키 작은 꽃들을 특정 모양으로 심어서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이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인지, 그렇게 마음에 와닿을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동상 아저씨. 온 몸에 페인트칠을 하고 서있어서 처음에는 동상인 줄 알고 사진 찍으려다가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그 더운 날씨에 저렇게 양복을 껴입고, 거기에 페인트칠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그 사람은 특유의 미소를 끝까지 유지했다. 사람들은 그의 앞에 놓여있는 통에 동전을 던져주었다. "저런 거 해서 돈이 얼마나 모이지? 안 힘드나." "나름대로 직업의식이나 예술의식을 가지고 하는 거 아닐까." "그러고보니 저 아저씨 되게 잘 생겼다." "하긴, 동상이 못 ..
잘츠부르크의 첫 느낌은 조용함, 그리고 소박함. 차도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 사람들도 뭔가 온화해 보였달까. 우리는 길을 물어볼 만한 사람을 찾을 때 젊은 사람들보다는 아줌마, 아저씨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택했는데, 영어로 길을 물으면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서 찍어 보여주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독일어로 대답해줘버리는 분들이 많았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쓴다.) 미라벨 정원에 가는 길을 한 할아버지께 영어로 물었는데 독일어로 대답해주시는 바람에; 다시 손짓 발짓 해가며 영어로 물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도 짧은 영어로 다시 설명해주셨는데, 문제는 말과 손가락이 다른 것이었다; 손가락은 분명 2개를 펴셨는데 말은 '파이브'라고 하시니, 손가락을 믿어야 하나 '파이브'를 믿어야 하나..
뮌헨에서 퓌센에 가는 데는 기차로 2시간 남짓 걸린다. 기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역시, 아름다웠다. 노이슈반스타인 성 Schloss Neuschwanstein. 루드비히 2세가 20여년 동안 자신의 부를 총동원해서 지은 성이다. 이 성은 내부보다는 산 속에 파묻혀있는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었다. 건물 그 자체보다는 자연과의 어우러짐, 멀리서 봤을 때의 아름다움, 그것이 독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옛날에, 이 깊은 산 속에 성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생각하니 좀 씁쓸하기도 했다. 호헨슈방가우 성 Schloss Hohenschwangau. 루드비히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 성이다. ...라고 여행책자에 적혀..
님펜부르크 궁전. 영국의 궁전과는 참 다른 분위기였다. 뭐랄까, 두 나라 사람들의 미의 기준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고 할까. 님펜부르크 궁전은 보다시피 건물 자체는 전혀 화려하지 않다. 꼭 궁전이 아니라 그냥 일반 건물들에서도 그 차이는 드러난다. 영국의 건물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그냥 지하철역 하나도 박물관이라 착각할 만큼 고전적이고 화려한 반면, 독일의 건물들은 깔끔하고 단순하다. 궁전 내부도 영국의 궁전들과 달리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독일 사람들은 건물의 전체적인 배열, 즉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의 건물의 모양과 넓은 정원을 중시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늘에 올라갈 수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순 없었지만, 이 건물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열쇠모양(정확히는 열쇠는 아니지만 아무튼;)을 하고 있다. 궁전..
뮌헨의 느낌은 조금은 차갑고 또 건조했다. 앞에 갔던 나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유로워 보이고 잘 웃는 것에 반해 독일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거나 굳어 있었다. 하지만 독일의 날씨는 전혜린이 묘사했던 것만큼 축축하고 우울하지는 않았다. 내가 뮌헨에 머무른 날이 3일에 불과하고 계절이 여름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영국이나 네덜란드에 비해 햇빛이 정말 화사할 정도로 밝고 하늘은 그림처럼 맑았다. 건물들도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고전적인 분위기의 건물들과 달리 도회적이고 지나치게 깨끗한 느낌. 신기한 것은 거의 모든 건물이 이렇게 파스텔톤인데 어느 건물 하나 떼타거나 지저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저런 파스텔톤으로 어떻게 견디는지. 정말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아무튼 파스텔톤으로 단정하게 칠해져있는 건물..
네덜란드는 지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자연적 불리함을 단결력으로 극복한 나라라고 한다. 사실 그냥 말로만 듣고는 어떻게 해수면보다 낮은 지면에서 살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오랜 시간 힘들게 했을 저 바닷물도, 그저 내게는 아름답게 보일 뿐이었다. 네덜란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풍차. 실제로 그냥 네덜란드의 도시(예를 들어 암스테르담 같은)에서는 풍차는 볼 수 없고, 잔세스칸스라는 풍차마을이 있다. 그 곳에도 위의 사진처럼 풍차는 3개밖에 없다. 잔세스칸스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던 코코아 냄새. 마을의 조용함과 조금은 흐린 날씨. 그리고 풍차.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치즈마을이 있다. 느끼한 것을 잘 먹는 나는 치즈가 굉장히 맛있었는데, 야채 조금에 이따시만한 치즈만 한덩어리 들어있는 샌드위..
네덜란드에 대한 이미지는 풍차의 나라, 히딩크의 나라, 그리고 동성애가 합법화 되어있는 나라, 정도여서였을까.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 말자 봤던 게 섹스 박물관인 데다가, 생각했던 것보다더 흔히 볼 수 있는 동성 커플들에 잔뜩 긴장한 일행들 때문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고 걸었던 기억이.(;) 내가 긴장한 건 아마도 무섭다면서 (평소에 안 그러다가) 유난히 그 날따라 내 팔짱을 껴대는 언니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를 레즈비언으로 볼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지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