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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THINKING/영화 (40)
pencilk
지금의 나에게 참 가까운 듯 하면서도 먼 영화. 알다시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50만(50만 맞나? 60만인가;)에 육박하는 이 때(;), 졸업을 앞둔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생으로서 나름대로 즐겁게 영화를 봤다. 따지고 보면 영화의 내용은 그리 밝지 않지만 톤이 밝다고나 할까. 톡톡 튄다. 특히나 위노나 라이더의 미모란...(...) 젊음이란 어떤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감독은 편의점에서 My Sharona에 맞춰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춰대는 장면을 넣는다. 그것이 벤 스틸러 감독이 생각하는 젊음인가보다. 글쎄, 요즘 시대의 젊음도 그러한가? 아니, 말을 고치자. 한국의 젊음도 그럴까? 페이퍼진 듀를 만들면서 화주와도 많이 했던 이야기지만, 페어퍼진의 주제였던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사람과 사람간의 단절에 대한 영화다.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그저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폴은 아내가 자살한 이유를 결코 알 수 없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위층에 세들어 사는 마르셀이란 남자에게 자신과 똑같은 파자마, 똑같은 술, 똑같은 육체를 제공하며 살았다는 것 뿐이다. 그녀가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인지 그는 결코 알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또 가장 그녀를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남편과 어머니는 서로에게 그녀가 자살한 이유를 아는지 묻는다. 그리고 완벽하게 서로를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서 섹스를 한다. 이름도 모른 채 격렬한 섹스를 한 후에 다시 남남으로 헤어졌던 두 사람은 아무 ..
'가족'이라는 제도는 너무나도 '당연히' 서로 사랑하고 감싸야 하며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더 심한 모순에 빠지고 만다. 실제로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숨기기 급급하고, 급기야는 오늘날 가족 붕괴에까지 이르렀다. 길버트에게는 가족만이 있을 뿐 자기 자신은 없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으며 언제나 가족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음악 없이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람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캠핑족 베키와의 만남은 언제나 마음 속 한구석에서 꿈꿔왔던 '모든 것으로부터의ㅡ정신지체아인 동생 어니와 비정상적으로 비만인 어머니 등 그의 ..
내 자신이 아닌 나로 일생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2살 때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겉모습과 이름, 사는 장소, 학교, 심지어 가족들의 이름, 고향까지, 그 모든 것을 바꾸면서 살다보면 진짜 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리버 피닉스가 연기한 대니는 그렇게 20여년을 살아온 인물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대니라는 이름이 불리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사회운동으로 인해 정부와 FBI에 쫓기는 부모님 때문에 언제나 도망다니는 삶을 사는 그들 가족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말 부러울 정도로 다정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자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대니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
기면발작증은 지독하게 외로운 병이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게 만드는 병인지도 모른다. 마이크는 그래서 무언가를 잃는 것에 익숙하다. 쓰러지듯 길 한복판에서 잠들어버리면 같이 있던 사람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물건들까지 모두 잃는 것이 다반사다. 스콧은 그런 마이크를 유일하게 잘 돌봐주는 친구인 듯 보이지만, 결국 두 사람은 삶의 길이 너무나 다르다. 한 순간의 객기로, 또는 무언가에 대한 반항으로 뛰어드는 것과 그것이 삶인 사람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길거리에서의 삶, 남창으로서의 삶이 스콧에게는 그저 반항이나 재미, 일탈일 뿐이었지만 마이크에게는 그게 바로 빌어먹을 삶이었다. 언젠가 이 길에 와본 적이 있어. 나의 길이야. 어머니를 찾아 떠난 아이다호의 어느 길 한복판에서 ..
M : 사랑에...자주 빠지곤 해? A : 그래, 쉽게 빠져. M :그럴 줄 알았어. A :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오래 가. 난 떠났을 때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사랑은 오래 된 언덕과 같아서 닳아지기 마련이야. 욕망은 극복하기 힘들어. 요즘은 돈도 많이 들어. 정열은 많은데 사소한 일로 낭비되지. 그건 사라지지 않아. 나도 그렇고. 알렉스에게는 언제나 처음이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생에 있어서의 첫번째 사건들을 방 벽에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다. 첫키스, 첫만남 등등. 그는 연인인 플로방스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도마와 바람을 피운 것을 알고 세느강변에서 도마의 목을 졸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하고 강에 밀어버리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그리고 그 날 그는 벽에 '첫 살인 미수'라고 기록한다..
레오 까락스 감독에 드니 라방과 줄리엣 비노쉬 주연. 거기다 드니 라방이 연기하는 남자주인공의 이름이 알렉스인 것까지. 퐁네프의 연인들과 같은 요소가 많은 영화라 어쩌면 비슷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다. 분명 다른 영화지만 꼭 배우의 캐스팅이나 주인공의 이름 때문이 아닌, 레오 까락스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것이랄까, 그런 면이 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떠오르는 이미지. 레오 까락스가 본명인 알렉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자신의 영화에 3번이나 출연시킨 드니 라방은 레오 까락스 자신의 모습이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도 그랬듯, 드니 라방의 눈빛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엄청난 눈빛을 가진 배우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는 그 예쁜 줄리엣 비노쉬가 영락없는..
내일 아침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늘은 하얗다고 말해. 만약 그 사람이 나라면 나는 구름은 검다고 말할 거야. 그러면 우리 둘은 서로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알렉스의 사랑은 불이다. 하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미셸에게 불은 바라보고 있기가 조금은 버거운 것이다. 알렉스는 미셸 몰래 그녀에게 온 편지를 읽고 줄리앙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끊임 없이 이해할 수 없다는 독백을 반복한다. 그는 미셸을 이해할 수 없다. 미셸은 알렉스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도 더 그를 모른다.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 혁명 200주년 기념일의 불꽃놀이로 파리의 밤이 마치 낮처럼 환하던 날, 서로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술을 마시고 미친듯이 춤을 추면서, 그들은 사랑한다. 하늘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