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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비행운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7.16 상세보기 1. '그러지 말자' 수없이 다짐했건만, 서윤은 경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평소 자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유치한 질문을 했다.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초조해진 서윤이 황급히 변명하려는 찰나 경민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 "그런 거 아니었어." "......"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2.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뭐라도 되겠지 국내도서 저자 : 김중혁 출판 : 마음산책 2011.10.05 상세보기 1. 책장의 책 사이에는 내 일기장도 몇 권 꽂혀 있다. 일기의 내용은 정말 가관이다. 스무 살 무렵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오늘은 친구 아무개와 당구를 쳤다. 내가 이겼다. 저녁에는 친구 아무개와 함께 을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새벽 1시쯤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일기는 젊은 시절의 고뇌와 허무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글에서 감정을 없애고 오로지 정보만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한 젊은이가 겪게 된 마음의 고통을 ‘드라이하게’ 드러내고 있다, 라고 누군가 과대포장해준다면 모를까 대충 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놀고 있는 젊은이의 삶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렇게 한심한 일..
옥상달빛 - 옥탑라됴2010.01.22미러볼뮤직 01. 안녕 02. 하드코어 인생아 * 03. 옥탑라됴 04. 옥상달빛 * 05. Another Day 06. 외롭지 않아 07. 가장 쉬운 이야기 08. Good Bye (Remix) 하드코어 인생아 뭐가 의미 있나 뭐가 중요하나 정해진 길로 가는데축 쳐진 내 어깨 위에 나의 눈물샘 위에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죽지 못해 사는 오늘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질퍽대는 땅바닥 지렁이 같은 걸 그래도 인생은 반짝반짝 하는저기 저 별님 같은 두근대는 내 심장 초인종 같은걸, 인생아 옥상달빛 - 28 2011.04.26 미러볼뮤직 01. Dalmoon 02. 안부 03. 없는게 메리트 * 04. 보호해줘 * 05..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국내도서 저자 :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 / 송은주역 출판 : 민음사 2009.11.20 상세보기 1. 전화에 얽힌 일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없었으니, 할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보다도 더 내가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비밀은 내 속에 뻥 뚫려 모든 행복한 일들을 빨아들이는 구멍이었다. 2.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
고흐의 편지 1, 2권을 다 읽었다. 중요한 시기의 편지에는 중간중간 역자의 해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 편지들만으로 고흐의 일생을 이해하기는 힘이 들어 네이버에서 고흐에 대해 검색하던 중 '인상파 아틀리에'라는 네이버 캐스트 연재 게시물을 알게 되었다. 경희대 영미문화과 이택광 교수가 연재한 글인데 인상파의 시작부터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마네, 드가, 모네, 피살로, 시슬레, 카유보트,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등의 화가들의 삶과 그림에 대해 쉽게 풀어쓰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네이버 캐스트에 좋은 컨텐츠가 굉장히 많구나. 다른 글들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발코니], 1880년 마네의 [발코니]가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구경꾼의 궁금증을 유발한다면, 카유보트는..
드디어 봤다. Love, Love, Love. (주의, 스포 난무 예정) 이선균과 전혜진 부부가 출연한다는 점과 제목마저 무려 Love라는 단어가 3번이나 들어가다 보니 당연히 사랑 얘기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는 후기 정도만 읽고서 보러 갔다. 가기 전부터 내가 이선균 1열에서 본다고 좋아하니 다들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걸"이라고 했는데, 긴가민가 하며 공연을 보고 나니 그게 무슨 말인지 확실히 알았다. 이선균의 연기가 별로였다거나 실물이 실망스럽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고, 다만 전혜진이 너무 멋있었을 뿐이다... 마지막에 내 바로 앞에서 인사하는데 (그 배우들이 허리 약간 숙이고 두 팔 앞으로 내밀어서 앞에 앉은 관객들한테 눈 맞추며 박수치는 거) ..
고흐의 편지 1 국내도서 저자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 정진국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08.19 상세보기 1. 이 여행으로 녹초가 되어, 발은 마비되고 침울한 심정으로 돌아왔지만 후회는 없어. 흥미로운 것을 보기도 했고 끔찍한 고생 덕에 다른 눈으로 사물을 보게 되었으니까. 2. 그 장면이 내게 이야기했고 내가 빠르게 받아 적은 무언가를 볼 수 있었지. 그런 속기(速記)에 풀어낼 수 없는 말과 실수와 결함이 담겨 있겠지만, 아무튼 나무와 해변 그리고 인물이 내게 말한 것이 남아 있는 듯했어. 배우고 익힌 것이니, 어떤 이론에서 나온 관용어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서 나온 언어지. 3. 텅 빈 화폭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만 말고 무엇이든 그려 넣어야 해. 그..
김환기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작년이었나. 갤러리 현대에 우연히 김환기전을 보러 가게 되었는데, 그때 그의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했달까. 솔직히 국내 작가의 그림을 보고 그렇게 좋았던 건 처음이었다. 언젠가부터 알든 모르든 상관 없이 의식적으로 전시회를 많이 다니는 편이다. 당연히 그 전시회들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 모든 전시회가 다 너무 좋았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별로면 별로인 대로, 이해가 안 가면 이해가 안 가는 대로 그냥 계속 보러 간다. 그래서 여름 휴가로 유럽에 가서도 주구장창 미술관을 돌아다녔다. 2010년 파리, 2011년 런던, 2012년 피렌체, 2013년 다시 파리, 무려 4년 연속으로 유럽에 가면서 웬만한 미술관은 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