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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린 유명 화가의 전시회는 유명한 그림 하나 갖다놓고 그 외 나머지 전시 구성은 심하게 빈약한 경우가 많아서 이번 고갱전도 큰 기대 없이 갔다. 게다가 올 3월 파리 여행에서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흠뻑 빠져서, 여행 다녀온 이후에도 고흐 자서전, 고흐의 다른 그림들을 찾아본 탓에 좀 웃기지만 고갱에 대한 묘한 반감까지 생긴 상태였다. (고흐는 고갱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나쁜 ㅅㅋ...) 무엇보다 고갱의 그림이 모네나 고흐처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이 아니었다. 지상 낙원을 찾아 타히티 섬까지 가서 그렸다는 그림들은 동양인인 나에게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고, 모네나 고흐처럼 붓터치가 살아있는 그림이 좋달까.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웬걸. 별 기대없이 가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억관역 출판 : 민음사 2013.07.01 상세보기 [출처]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작성자 pencilk 1. 사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연히 쓰쿠루는 몰랐다. 그리고 자신이 그때 생각하던 것을 쓰쿠루는 사라에게 말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는것이 있다. 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다자키 쓰쿠루의 머릿속에 있던 것은 그런 종류의 생각이었다. ㅡp.55 2. "잘 알겠지만, 나고야는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대도시이지만 동시에 좁은 곳이기도 해. 사람은 많고 산업은 융성하고 물자는 풍부하지만 선택지는 의외로 적..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feat. 윤상)ToyBugs 엠펍에서 토이의 음악들로 디제잉을 한다고 해서 갔다. 일행 중에는 최근까지도 희열님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열렬히 토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명한 몇몇 곡은 들어봤네 하는 정도로만 토이를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토이의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그 노래들이 존재했던 우리들의 그 언젠가를 회상하며 수다를 떨었다. 희열님에 대한 빠심이나 토이의 음악성에 대한 찬양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 때는 각자 다른 곳에 있었지만, 심지어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에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서로 다른 ..
'과거의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 내 삶의 모습, 즉 성격, 말투, 행동거지, 흉터, 주름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살아온 과거 전체의 응축물이며 흔적이고, 나는 사실 굴러갈수록 점점 더 커져가는 눈덩이처럼 이 과거 전체를 등 뒤에 업고서 이 과거가 미는 힘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ㅡ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물질과 기억(Matière et mémoire)』 (1896)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9)The Reader 8.6감독스티븐 달드리출연케이트 윈슬렛, 데이빗 크로스, 랄프 파인즈, 레나 올린, 브루노 간츠정보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독일 | 123 분 | 2009-03-26 원작이 있고 그것을 영화화한 영화가 있을 때는 가능하면 책부터 읽는 편이다. 영화부터 보고 나면 책을 읽을 때 영화 속 이미지들이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책을 먼저 읽고, 책에서 내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이미지와 영화가 풀어낸 영상들을 비교하면서 책은 책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각의 강점에 맞게 감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어차피 책에 표현된 모든 것들이 영화로 표현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또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영상으로는 더..
내 젊은 날의 숲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문학동네 2010.11.10 상세보기 1. -얘, 그 인간이 모범수가 되었대.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ㅡp.9 2. 눈 덮인 숲 속의 나무들은 눈과 숲의 익명성 속에서도 개별자로서 외롭거나 억눌려 보이지 않았다. 나무의 개별성과 숲의 익명성 사이에는 아무런 대립이나 구획이 없었다. 나무는 숲속에 살고, 드문드문 서 있는 그 삶의 외양으로서 숲을 이루지만, 나무는 숲의 익명성에 파묻히지 않았다...
야간 비행/남방 우편기 국내도서 저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 허희정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09.30 상세보기 1. 파비앵은 그만 무기를 내려놓고 무겁고 욱신거리는 통증을 살피고 싶었다. 사람은 빈곤 속에서도 풍요로울 수 있으니까. 또한 여기서 소박한 사람으로 살면서 이제부터 변하지 않는 풍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도 싶었다. 이렇게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그는 기꺼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란 일단 선택을 내린 후에는 자기 삶의 우연성에 만족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마치 사랑처럼 우리를 포위한다. ㅡp.9 2. 이제 그는 야경꾼처럼 밤의 한가운데에서 밤이 인간을 보여 준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러..
흔들리며 피는 꽃 국내도서 저자 : 도종환 출판 : 문학동네 2012.08.20 상세보기 꽃잎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꽃잎 인연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