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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미니테마의 첫 장을 여는 부담감을 안고서, 그러나 과감하게(?)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휘둘러, 제가 낄낄거리면서 봤던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저/홍은택 역 동아일보사 | 2008년 03월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거리의 두 배가 넘는 3,360km 길이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한 경험을 풀어놓은 여행서. 라고 표현하면 뻔한 내용의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대장정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종주를 끝까지 하지 못한다. 책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기로 한 '급결심'부터 시작해 힘들어서 '때려칠' 때까지의 과정이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 넘치는 문체로 펼쳐진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2007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박민규 등저 해토 | 2007년 07월2007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박민규의 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사 년 전 어느 날 ‘문득’ 고인이 되신 그의 아버지를 위해 쓰여진 단편이다. 박민규 스스로는 자신의 아버지가 시시하고 무던한 삶을 사셨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를 기억하던 모든 이들의 추억 속에서 그의 아버지는 최고의 가수였고 최고의 화가였으며, 시가와 풍류를 즐기는 예인이자 의협이었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박민규는 수상소감에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화끈하고 걸출한 댄디가 고작 나 따위를 기르느라 찍소리 없이 직장을 다녔다니.” 이 단편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이 울었다. 그런 느낌이 드는 단편이었다. 담담하게 이야..
오늘의 거짓말정이현 저 문학과지성사 | 2007년 07월요즘 여성들 중에 정이현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 등장하는 위악적 도시여성들의 모습에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의 감정을 느끼며 정이현에 열광했던 여성들에게, 신작 『오늘의 거짓말』은 바로 지금 현재의, 또는 미래의 어느 날의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다가옵니다. 정이현 작가의 글을 읽다가 줄을 긋게 되는 문장들은 대단히 감동적이라거나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해주는 문장이라기보다는, '맞아, 나도 이랬었어' 혹은 '나도 이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 하고 공감하게 되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거짓말』은 여성 화자들만 등장했던 이전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나 『달콤한 나의 도시』와 ..
일본의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하나비(花火, 불꽃) 축제가 열리고, 지역마다 그 지역 특유의 축제들도 열린다. 도쿄의 가장 대표적인 하나비 축제로는 스미다가와 하나비 대회(隅田川花火大会)가 있는데(일본에서는 하나비 ‘축제’라고 하지 않고 하나비 ‘대회’라고 한다), 아사쿠사(浅草) 근처에 있는 스미다 강을 따라 2만여 발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 일본의 하나비는 그저 예쁜 불꽃을 한꺼번에 하늘에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불꽃 하나하나가 작품이어서 쏘아 올릴 때마다 만든 업체, 주제 등을 설명하면서 진행된다. 특히 스미다가와 하나비 대회에서는 하나비 관련 업체 7개사와 전국 하나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3개사가 경쟁을 벌이는 하나비 콩쿠르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매년 TV..
퀴즈를 하나 내보자. 일본 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질까? 1. 모범생에 꽉 막힌 이미지다.2. 지적인 이미지다.3. 독특하고 개성 있다.4. 촌스럽고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다. 정답은 바로 4번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도 이제 안경보다는 렌즈를 더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경 쓴 사람을 외모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때는, 안경을 쓰고 싶어서 시력 검사 때 일부러 안 보이는 척 하고 안경을 쓰다가 진짜로 눈이 나빠진 어린이들도 꽤 있지 않았던가. (킴스의 오라버니가 바로 그런 어린이들 중 하나였다. 2.0을 육박하던 그의 시력은, ‘안경 쓴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시력 검사 때 안 보이는 척 연기를 해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로 뚝 ..
교환학생으로 도쿄에 가기 전 해 여름, 킴스는 일주일간 일본 여행을 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1년 후 도쿄에서 거주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하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본 여행이 될 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너무 준비를 안 하고 가는 바람에 온갖 뻘짓은 다 하고, 남들 다 보고 오는 건 못 보고 아무도 안 보고 오는 것만 보고 왔다.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지하철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일본의 지하철 노선도는 정말 복잡하다. 서울 지하철과는 비교도 안 된다. 시부야 역 하나에 지나가는 지하철 노선만 토요코선(東横線), 덴엔토시선(田園都市線), 이노카시라선(井の頭線), 긴자선(銀座線), 한조몬선(半蔵門線), 그리고 JR까지, 무려 6개다. (게다가 JR은 하나의 노선이 아니라 그 안에서 또 ..
알다시피 일본의 국화(國花)는 사쿠라, 즉 벚꽃이다.도쿄에서 사쿠라가 절정인 시기는 4월 중순쯤. 이 때가 되면 벚꽃이 많이 피어 있는 공원이나 거리는 하나미(花見), 즉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도쿄에서 하나미 장소로 유명한 곳은 우에노 공원과 요요기 공원, 특히 우에노 공원(上野公園)은 규모 면에서도 크고 벚나무도 많아, TV에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엠스테(Music Station이라는 음악프로그램을 줄여서 엠스테라 부른다) 같은 음악 프로에서 우에노 공원에 야외 무대를 만들어 벚꽃을 배경으로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든지, 중계차를 연결해 우에노 공원에서 하나미를 즐기는 시민들을 인터뷰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킴스는 TV를 통해서만 보았지만, 우에노 공원의 벚꽃은 과연 사람들이 많이 모일 ..
일본 여행에서 지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비. 일본의 교통비는 철저하게 거리에 대비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가는 거리만큼 교통비가 든다고 보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본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모든 지하철 노선의 요금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노선마다 회사가 달라서, 같은 거리를 가도 어느 선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요금이 몇 백 엔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치요다선(千代田線)은 시모키타자와(下北沢) 역에서 오모테산도(表参道) 역까지 네 정거장에 280엔이지만, 도큐토요코선(東急東横線)은 시부야(渋谷) 역에서 요코하마(横浜) 역까지가 스무 정거장이나 되지만 요금은260엔밖에 안 한다. 거의 6배!!;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돈을 아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교통비 계산을 철저하..